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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와 해부학

필라테스 동작분석을 올리는 이유 ( 혱쌤이야기)

by 혱쌤 2020. 3. 10.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처음접한 건 내가 임상에 처음 나왔던 신졸물리치료사 때의 일이다. 학부 때도 배우고는 싶었지만 돈이없는 학생신분에 필라테스 비용은 비쌌기 때문에 다음에 돈 벌면 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첫 월급을 탄 후 등록하러 갔다. 이왕 배우는 거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필라테스에 대해 1도 몰랐지만 지도자과정을 신청했고 3개월 간 10번의 수업 후 매트필라테스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필라테스는 사실 잘 모르는 영역이었고 더 수련을 해야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흔히 사람들이 도수치료라고 하는 손으로 하는 수기치료가 멋져보였고 다른치료보다 경력인정과 인센티브조건 등 급여가 괜찮다길래 도수전문병원에 이직했었다. 이직을 한 병원은 야간진료를 했기 때문에 수련을 갈 여건이 안 됐고, 그렇게 필라테스는 자격증만 딴 후 잊혀져갔다. 하지만 왠걸? 수기치료를 하기위해 입사했던 그 병원에서 첫 임무는 단체운동 티칭이었다. 나는 20분 남짓의 여러동작으로 구성된 단체운동을 외우고 환자들 앞에서 단체운동을 가르쳐야했다. 더군다나 몸치였던 나는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동작과 순서를 외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나의 사수였던 선생님은 3일뒤 퇴사가 정해진 상황이었기에 아침부터 밤까지 스파르타로 외울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속에 사수 선생님이 퇴사한 날부터 혼자서 단체운동을 티칭하게 시작했다. 선배 치료사들이 수기치료를 하는 중간중간에 환자들에게 단체운동을 시켰다. 환자들은 단체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고 바쁘다며 그냥 가거나 대충 얼렁뚱땅 따라하는 시늉만 내기 일쑤였다. 그런 환자들을 볼때마다 현타가 왔다. '나는 물리치료사인데... 왜 이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하지?' '물리치료사면허는 왜 딴거지? 나도 선배들 처럼 수기치료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이런 생각이 들 무렵에 다른 선생님으로 부터 나의 사수였던 선생님은 사실 물리치료사가 아닌 운동처방사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자마다 병원은 왜 물리치료사인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건지 화가 났다.

그리고 안좋은 일은 겹친다는 옛 말처럼, 그 와중에 환자들은 전에 하던 선생님이 가르쳐 줄 때 더 운동이 됐었다며 나에 대한 불평의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사실 어쩌고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단체운동을 할 때 이런건 내가 할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만연했고 환자들을 성의있게 가르치지도 않았으며 환자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그냥 정해진 순서대로 동작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자 나를 둘러싸던 회의감은 금새 좌절감으로 바뀌었다. '이런 것도 못하면서 무슨 도수치료를 하겠다고 그랬을까?' '내가 하찮게 보던 일인데 환자들에게 사수선생님과 비교당하면서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진짜 나는 할수있는 게 없는 사람 아닌가?' '물리치료사 면허땄다고 내가 뭐라도 된 듯이 너무 우쭐 해 있었던 건 아닌가?' 이러한 좌절감은 순식간에 나를 자신감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충분했고 나는 끝없이 떨어지는 자신감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결국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보답이라도 받듯 병원의 치료 프로세스가 개편되면서 단체운동은 폐지되고, 나는 운동치료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되었다. 비록 원하던 수기치료는 아니었지만, 나는 운동치료를 통해 당당히 물리치료사로서 일을 한다는 생각에 아주 기뻣다.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을 티칭하며 입사 전에 땄던 필라테스 내용들도 조금씩 상기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3개월 간 10번의 수업과 교재의 내용이 필라테스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때여서 접목시켜 재활운동을 시키기가 어려웠다. 재활목적의 치료는 바른 정렬과 근육의 바른쓰임에 대한 재교육이 주된 부분이어서 운동치료시간 자체도 20분정도로 짧았었고, 환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운동을 제공하지만 그게 한 타임에 한 환자만 본다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동작을 가르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운영이 잘 되는 병원이었기에 보통 동시에 세네명의 환자를 보거나, 많은 경우 열명 정도의 환자를 동시에 케어 해야했다. 그 많은 수의 환자를 운동시키려니 결국 그비슷한 증상의 환자를 묶에 운동시키는 루틴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가 이 병원에 처음와서 했던 단체운동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아차 싶었다. '내가 그렇게도 쉽게 봤던 그 단체운동도 결국은 이렇게 생겨 났겠구나.' '동시에 여러명을 효과적으로 케어하려면 필요한 운동들을 순서대로 시퀀스를 만들어 운동시킬 수 밖에 없겠구나.' '결국 단체운동도 운동치료의 한 영역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나는 정말 바보였다. 물리치료사라는 타이틀에 젖어서 허세만 가득했던 바보였다.

그 때부터 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가 필라테스 자격증을 너무 쉽게 따서 운동을 가르치는 일들을 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혹시 내가 배운 필라테스도 빙산의 일각이 아니었을까?'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회오리쳤고, 결국 필라테스를 좀 더 배워보고싶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하지만 그 때에도 야간진료 특성상 시간을 내서 수련을 하기는 어려워 주말에 열리는 기구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들어야했다. 커리큘럼은 같았다 3개월동안 10번의 수업. 하지만 마음 가짐이 달랐다. 더 알고자 했고 현장에서 수업하는 선생님들과 더 소통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분들의 고충도 알 수 있었다.

필라테스 선생님들도 왜 이런 동작을 하는지 목적을 명확히 알고싶어했고, 재활운동으로써의 필라테스도 배워 견문을 넗히고 싶어했고, 해부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즈음에 나는 병원에서 수기치료사로 포지션이 바뀌었다. 나는 그토록 원하던 수기치료를 하게되었지만 필라테스를 놓고싶지 않았다. 그리고 필라테스 선생님들에게도 내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필라테스 선생님의 마음을 더 정확히 알려면 내가 필라테스 수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기치료사가 된지 6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물리치료사를 완전히 때려지운건 아니었다. 야간진료가 없는 병원으로 다시 이직했고, 퇴근 후 저녁시간을 이용 해 필라테스 수업을 맡아 강사로서의 새로운 직업을 추가로 얻게 되었다. 그리고 좀 있으면 이 투잡생활을 시작한자 1년이 된다.

여러 고비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되었다. 그리고 처음 내가 생각했던 대로 필라테스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한다. 이게 필라테스 동작분석을 시작하는 이유이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꼭 이해하고 가야하는 것 ! 이 블로그를 통해 많은 선생님들이 또는 많은 필라테스 수강생들이 팁을 얻어갈 수 있도록 좋은 내용을 올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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