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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와 해부학

기초해부학 (BASIC ANATOMY) 을 왜 알아야 할까?

by 혱쌤 2020. 3. 22.

해부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의사, 수술, 뼈 모양, 장기 이런 것들이 생각나서 무섭게도 또는 어렵게도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 물리치료를 전공으로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서 해부학이라는 단어를 쓸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멀게 느껴지는 단어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주변에서 듣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을 읽는 등 해부학에 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으며 알 수 있게 되었고, 뼈나 신경에 대해 또는 근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해부학anatomy는 그리스어(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ana- 는 '따로'라는 의미, -tomy는 '자르다'라는 의미이다. 이 단어를 히포크라테스가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하며, 이 단어는 인체와 부위별 구조와 모양, 그리고 그 속에서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해부학은 굉장히 광범위한 학문이다.

해부학을 알아보고자 할 때 광범위한 지식들과 내용들 사이에서 내가 배우고자 하는 건 어떤 콘셉트의 해부학인지 확실히 알고 그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처음 해부학을 접한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 학부 때 배운 해부학은 전신의 뼈(관절) → 근육 → 혈관 → 림프 → 소화 → 호흡 → 생식 → 내분비 → 신경 → 피부 의 순서였는데, 물론 전신 total body의 범위를 각 계통 통해 10번 공부하며 배운다는 의미는 좋았지만, 관심도가 떨어지는 부분에서는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반면에 많은 물리치료사나 트레이너, 강사들이 읽는 책 중에 하나인 뉴만 Neumann의 키네시올로지 Kinesiology(of musculoskeletal system)는 뼈와 근육계통의 해부학을 부위별로 섹션을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알고자 하는 콘셉트를 부위별로 설명 해 놓은 것들이 접근성과 집중도에서 좋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부분적인 파트의 공부를 완성했다면 그걸로 끝내는 것보다 순환계, 호흡계, 내분비계 등의 공부로 시야를 확장하는 게 맞다. 파트별 공부는 한계가 있고, 만약 내가 어떤 회원에게 운동을 가르쳐주는 트레이너라면 근육 뼈 대계의 공부가 우선이 되겠지만 그 이외에도 우리의 몸은 각 계통 간에도 상호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그 회원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맡은 회원이 매일 잠을 늦게 자고 야식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정상적인 패턴에 벗어난 신체는 호르몬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가 지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밤에는 피로를 풀어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충분한 숙면이 이루어지지 않고 야식을 먹게 되면 그 호르몬이 혈액을 따라 소화기관인 위로 쏠리면서 전신의 피로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다음날을 맞이하게 되고, 피곤하기에 또 늦잠을 자고 전체적인 생활패턴이 미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만약 내가 호르몬이나 소화기관에 대한 지식이 없이 뼈와 근육에 대한 지식으로 이 회원을 대했다면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을까?

트레이너 : 오늘따라 운동을 힘들어하시네요. 잠은 푹 주무셨나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세요.

회원 : (수면의 양에 대한 말로 이해하여 대답) 잠은 8시간 정도 자는데 이상하게 몸이 계속 피곤하네요. 

트레이너 : (운동과 휴식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외부에서 원인을 찾음) 직장 일이 바쁘신가 봐요. 그래도 그럴 때일수록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야 하는 것 아시죠?

회원 : 네. 더 열심히 해 볼게요!! (피로의 연속)

두 사람의 대화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레이너가 조금 더 몸을 분석하는 시야가 넓었더라면 다음과 같이 회원과 소통하는 폭도 넓어졌지 않을까?

트레이너 : 오늘따라 운동을 힘들어하시네요. 잠은 푹 주무셨나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세요.

회원 : (수면의 양에 대한 말로 이해하여 대답) 잠은 8시간 정도 자는데 이상하게 몸이 계속 피곤하네요. 

트레이너 : 보통 몇 시에 주무세요? 수면시간이 많더라도 피로를 풀어주는 호르몬이 활성화되는 시간에 주무셔야 컨디션 회복 효과가 있거든요. (시간에 대한 피드백)

회원 : 보통 새벽 2시쯤 잠드는 것 같아요. 

트레이너 : 늦게 주무시네요~ 적어도 자정 전에는 주무셔야 피곤이 풀리실 텐데..(수면 시간이 중요함을 인지시킴) 새벽 2시면 저녁 먹고 나서도 시간이 꽤 긴데 출출하지 않으세요? (수면시간으로 인한 2차적 문제제기)

회원 : 안 그래도 출출해서 10시 넘어서 먹을 때가 자주 있어요. 그래서 소화시키고 자려고 더 늦게 자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트레이너 : 아, 그러셨군요. 생활패턴을 조금만 바꾸시면 피로도 줄일 수 있고 야식 습관도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취침시간을 당겨서 생활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활패턴 변경의 효과 안내)

회원 : 네. 저는 직장 일이 힘들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런 원인도 있을 수 있었네요. (새로운 문제 인지)

트레이너 : 아마 피곤이 덜 풀려서 직장 일도 힘들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어요. 며칠간 시도해보시고 생활패턴 수정 후에도 힘드시다면 다시 이야기해봐요 ^^ (추후 피드백을 약속 함으로써 신뢰도 향상)

회원 : 네. 오늘부터 한 번 노력해 볼게요! 

내가 앞으로 이 기초 해부학 카테고리에 올릴 글은 기본적인 뼈대 근육계통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 외의 계통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나가려고 한다. 워낙 방대한 양이다 보니, 그 안에서 방향을 잡는 건 해부학 왕초보시절 나를 기준으로 써보려 한다. 물론 지금의 나도 해부학을 다 안다고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선생님이나 교수님께 배우는 것보다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게 더 쉽게 이해되듯 편안하게 적어보려 한다. 넓은 땅 위에 넓은 집을 지을 수 있듯이, 기초를 잘 잡아야 시야가 넓어진다. 딱딱하고 어려운 해부학에서 스며들어 퍼지듯 이해되는 해부학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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